기계 설계의 관점에서 내구성을 설계할 때, 재료의 선택은 단순히 강도를 맞추는 작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연성 재료와 취성 재료의 구분은 장비의 파손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경고를 주는가’ 아니면 ‘예고 없이 붕괴하는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안전 장벽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우리는 흔히 갑작스러운 파괴로 인한 설비 가동 중단을 목격하곤 합니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응력을 받았을 때 내부적으로 어떤 물리적 변화를 겪는지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합니다. 현장 설계자로서 저는 동력 전달용 축을 설계할 때 취성이 강한 고탄소강보다는 적절한 연성을 가진 구조용 강재를 선호합니다. 이는 과부하 상황에서 축이 미세하게 휘어지거나 변형됨으로써 소음이나 진동이라는 ‘시그널’을 사용자에게 미리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압축 하중이 지배적인 프레스 프레임이나 베이스 플레이트의 경우 변형이 거의 없는 주철과 같은 취성 재료를 선택하여 정밀도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실무 필드 로그 및 분석 (Field Log & Analysis)
현장 상황 보고 (2023년 11월 14일)
경남 창원 소재의 자동차 부품 생산 라인에서 자동화 프레스 장비에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설비 구동부의 비정상 진동을 확인하기 위해 베어링 하우징과 연결된 지지 브래킷을 점검했습니다. 관찰 및 데이터
- 장비 모델: 자동 유압 프레스 시스템
- 측정치: 브래킷 중심부에서 약 3.8mm의 영구 변형(소성 변형) 관찰.
- 상태 분석: 해당 브래킷은 일반 구조용 압연 강재(SS400)로 제작되었으며, 설계 허용 응력을 초과하는 반복 하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료의 연성 덕분에 파괴되지 않고 ‘휘어짐’으로써 주변 구동 샤프트의 전면적인 파손을 막았습니다.
- 대조 사례: 동일 응력 조건에서 주철(GC250) 소재의 커버는 미세 균열 발생 후 즉각적으로 분리되어 파편이 비산되었습니다.
원인 분석 및 표준 인용
해당 파손 형태는 KS B 0801(금속 재료 인장 시험편) 및 KS D 3503(일반 구조용 압연 강재) 표준에서 정의하는 연성 재료의 전형적인 거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응력-변형률 곡선 상에서 항복점을 지나 소성 변형 영역에서 에너지를 소산시킨 결과입니다. 반면 취성 재료는 인장 하중에 극히 취약하며, 변형 에너지를 축적하다가 한계점에서 순식간에 방출하며 파괴됩니다.
연성과 취성의 과학적 차이
재료가 연성을 갖는다는 것은 원자 구조 내에서 슬립(Slip) 현상이 원활하게 일어남을 의미합니다. 금속의 결정 격자 내에서 전위가 이동하면서 외부 에너지를 변형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재료의 단면적이 줄어드는 네킹(Necking) 현상이 발생하며, 파단면은 보통 컵과 원뿔 형태를 띠게 됩니다.
반대로 취성은 이러한 소성 변형 능력이 결여된 상태입니다. 세라믹, 유리, 고탄소강, 주철 등이 대표적입니다. 취성 재료는 응력이 가해졌을 때 미세 균열이 원자 간 결합을 끊으며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전파됩니다. 파단면은 변형의 흔적 없이 매우 매끄러우며, 주로 최대 인장 응력이 작용하는 수직 방향으로 파괴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취성 재료를 설계할 때는 응력 집중 현상에 극도로 주의해야 합니다.
| 구분 항목 | 연성 재료 (Ductile) | 취성 재료 (Brittle) |
|---|---|---|
| 파손 전 예고 | 큰 변형, 신율 발생 (경고 가능) | 거의 없음 (갑작스러운 파괴) |
| 에너지 흡수율 | 매우 높음 (강인성 우수) | 낮음 |
| 응력-변형률 곡선 | 항복점 및 넓은 소성 영역 존재 | 항복점 불분명, 짧은 곡선 |
| 파단면 형태 | 거칠고 45도 방향 (전단 파괴) | 매끄럽고 수직 방향 (인장 파괴) |
| 대표 재료 | 저탄소강(SS400), 알루미늄 | 주철(GC250), 경화 공구강 |
현장 적용 가이드: 언제 무엇을 쓰는가?
기계 설계를 진행할 때 재료 선택의 기준은 단순히 ‘강한 것’이 아닙니다. 용도에 맞는 파손 모드를 설계하는 것이 고수의 영역입니다.
연성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 충격 하중이나 진동이 예상되는 부위: 에너지를 소성 변형으로 흡수해야 하는 자동차 프레임이나 안전 고리 등이 해당합니다.
- 사전 징후가 중요한 부품: 압력 용기나 교량의 주형처럼, 파괴되기 전에 육안으로 변형을 확인하여 대피 시간을 벌어야 하는 구조물에 필수적입니다.
- 복잡한 성형이 필요한 부품: 굽힘 가공이나 딥 드로잉이 필요한 경우 연성이 높아야 균열 없이 형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취성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 정밀도가 생명인 기계 베이스: 하중 하에서도 변형이 극도로 적어야 하는 공작기계의 베드(주철) 등이 대표적입니다.
- 내마모성이 요구되는 부위: 경도가 높은 취성 재료는 마찰에 강하므로 베어링 레이스나 절삭 공구 팁에 사용됩니다.
- 압축 하중 위주의 구조물: 취성 재료는 인장에는 약하지만 압축에는 매우 강한 특성을 보입니다.
마치며: 시니어 엔지니어의 제언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은 도면에 선을 긋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제가 만약 고속 회전체의 하우징을 설계한다면, 설령 무게가 조금 더 나가더라도 연성이 확보된 강재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하우징이 찢어질지언정 깨져서 파편이 작업자를 덮치는 사태는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계 설계는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안전하게 파손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의 설계안에 담긴 재료가 과부하 상황에서 어떤 말을 건넬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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